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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책추천 히로시마레이코 신작 어린이판타지 :: 십년가게

시간의 마법, 이용하시겠습니까?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아이들과 책을 많이 읽고 있어요.

우리 아이의 관심을 끌만한 책을 발견해서 아이에게 권하게 되었답니다.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의 작가 히로시마 레이코의 최신작! <십 년 가게>랍니다.

귀여운 고양이 그림과 가게의 모습이 표지에 보이고, 십 년 가게라고 적힌 카드 한 장이 함께 들어있어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의 마법

아이에게 권하기 전에 재미있을 것 같아 제가 먼저 책장을 넘겨봤어요.

그런데 정말 그 자리에서 한 권 다 읽어버렸어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이 읽어도 좋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에피소드로 이야기가 나누어져 있어 흐름을 끊어 읽을 수도 있고, 비교적 쉽고 편하게 읽힌다는 장점이 있어요.

이야기의 공통적인 흐름을 살펴보자면 소중하게 보관하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십 년 가게에서 10년 동안 그 물건을 변함없이 그대로 보관해 주고, 그 대가로 그 사람의 수명 1년을 받는다는 이야기랍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면 그 물건을 돌려받을지, 돌려받지 않을지 선택을 하고 그 이후 마음의 이야기에 대한 내용이 나와요.

손님의 물건을 십 년 동안 지금 상태 그대로 보존합니다.
맡고 있는 동안에는 절대 낡거나 상하지 않습니다.
그 대가로 손님의 수명 일 년을 받습니다. 어떻습니까?
십 년이라는 시간 대 수명 일 년. 터무니 없는 대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십 년 가게> p25

책과 함께 들어있는 십 년 가게의 초대장. 처음엔 이게 뭐지? 했다가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초대장의 의미를 알 수 있어요.

소중하게 간직할 물건이 있는 사람들이 간절하게 고민하고 생각할 때 전달되는 초대장.

버릴 수 없는 물건,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물건, 멀리 두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십 년 가게'로 오세요!
당신의 마음과 함께 보관해 드리겠습니다!
<십 년 가게> 초대장

십 년 가게를 방문하고 싶은 사람은 초대장을 열면 된답니다. 초대장을 열면 십 년 가게를 만나게 되는 주인공들.

책 속에 나온 초대장이 직접 있으니 내가 주인공이 된 기분도 든답니다. 우리 아이들은 십 년 가게에 장난감이나 인형을 맡기고 싶다는데 아직 어려서 그렇겠죠? 잃어버릴 수 있어서 그렇다는데 ㅋ 아무리 생각해도 즉흥적으로 생각한 것 같죠? ㅋ

여러 가지 이야기들 중에서 저는 "약속한 눈사람"이라는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물론 다른 이야기들도 다 기억에 남지만 약속한 눈사람에 나오는 롤로와 카울리 이야기가 참 따뜻했어요.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10년 후 물건을 돌려받거나 다시 맡기지만 롤로만 물건을 돌려받지 않았네요.

9살 소년 롤로는 옆 아파트에 사는 여덟 살 소녀 카울리를 좋아한답니다. 하지만 카울리는 몸이 약해서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바깥출입을 하지 못해요. 그래서 둘은 집 안에서만 놀아요. 롤로는 그런 카울리를 위해 항상 뭔가를 가지고 갑니다.

그러다 겨울이 와서 카울리가 좋아하는 고양이 눈사람을 만든 롤로. 정말 정성을 다해 만들어 카울리 집을 방문하지만 아무도 나오질 않아요. 카울리는 상태가 나빠져서 병원에 가게 되었답니다. 수술을 하고 겨우내 입원을 하게 된다는 얘기를 들은 롤로. 하지만 눈이 녹아서 눈사람을 카울리에게 보여주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하는 롤로 앞에 십 년 가게의 초대장이 도착하게 됩니다. 그래서 롤로는 고양이 눈사람을 십 년 가게에 맡기고 수명 1년을 지불하게 됩니다. 하지만 카울리는 수술을 받고 공기 좋은 먼 시골로 이사를 가게 되고, 롤로와 카울리는 편지를 주고받기만 하고 만나질 못합니다. 롤로는 카울리를 위해 뭔가를 만들다가 그 일을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각가가 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큰 콩쿠르에서 상을 받는 롤로. 그 계기로 유명 조각가의 제자를 권유받게 됩니다. 하지만 외국으로 떠나야 하는 롤로. 떠나기 전에 카울리를 만나려는 롤로. 무언가 전해주려고 하지만 십 년 동안 만나지 못한 터라 자신도 없는 롤로. 그때 카드가 한 장 나타납니다. 10년 전 십 년 가게에 맡긴 물건을 찾을지 폐기할지를 선택하는 카드. 그때 눈사람을 전해주면 카울리는 틀림없이 기뻐하겠지만 롤로는 지금의 마음을 담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카드에 X 표시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얼음 수정으로 고양이 조각과 은반지를 함께 준비해서 카울리에게 전해주기로 마음먹는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 트루라는 괴짜 할머니가 나오는데 그 트루의 눈에 띈 게 롤로의 고양이 눈사람이랍니다.

트루는 손님들이 찾아가지 않는 물건들을 다른 물건으로 만들어서 판매를 한답니다. 롤로의 눈사람을 스노우 글로브를 만들어서 판매를 하는데 사 간 사람이... 카울리랍니다. 정말 운명 같죠? 고양이 조각과 함께 스노우 글로브를 둔 카울리.

두 사람의 행복이 여기까지 느껴집니다. 이렇게 추억의 물건으로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것도 기억에 남아요.

<십 년 가게>는 어린이판타지 소설로 어렵지 않고 아이들이 상상을 하면서 집중하게 되는 책이랍니다.

추리하는 내용이나 모험 이야기를 좋아하는 우리 딸도 역시 쉽게 빠져드는 책이네요.

시간 마법사 십 년 가게와 고양이 집사 카라시.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감동이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요.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에게 소중한 물건은 무엇인지 어떤 걸 맡기면 좋을지 혼자 생각해 보았어요.

하지만 역시.. 수명이 1년 줄어든다고 해서 저는 망설일 거 같아요.

저는 어른이라서 시간이 소중해 함부러 결정을 못 할 거 같지만 아이들은 수명 1년이라니 크게 와닿지 않아서

큰 생각 없이 물건을 맡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소중한 물건뿐 아니라 추억도 간직할 수 있다니 고민이 되네요.. 2권이 더 기대가 되는 십 년 가게랍니다.